WP"한미전 반미감정 재연 자리"

  • 입력 2002년 6월 12일 11시 25분


월드컵축구 한국 대 미국경기는 무엇보다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촉발된 반미 감정이 재연된 자리였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면의 대구발 기사에서 "한국이 동점을 뽑아내자 스모그로 가득 찬 전국의 시가지와 담배 연기가 자욱한 술집들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터졌다"고 전하고 "한국에서는 가부장적이고 오만한 미국에 분개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김동성 선수의 실격 판정으로 대신 금메달을 가져간 일본계 미국인 안톤 오노가 이러한 반미 정서를 일촉즉발의 단계로 몰고간 장본인이라고 지적하고 안정환 선수가 득점 직후 양팔을 흔들며 스케이팅 선수 흉내를 낸 '오노 세리모니'는 아직도 남아 있는 분노의 앙금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오노가 사기적인 수법으로 금메달을 가로챘다고 보는 안 선수의 동료들도 이러한 골 세리모니에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한국과 미국이 50여년을 우방으로 지내왔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참전 16개국을 이끌기도 했으나 최근 한국에서는 F-15K 전투기의 차세대 주력기종 선정과 북한을 '악의 축'의 일부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 등 각종 요인으로 인해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당초 우려와 달리 시합이 끝난 뒤 반미 폭동이나 소요가 없었다면서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공동 개최국으로서 인내심과 우아함을 지켜온 한국이 월드컵은 손님들과 정치적 이견이나 다투는 자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한기흥 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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