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러 훌리건…韓人 유학생 또 봉변

  • 입력 2002년 6월 11일 17시 55분


월드컵 H조 2차전 경기에서 러시아팀이 일본에 패한 9일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대규모 난동이 있은 뒤에도 러시아의 훌리건과 스킨헤드족들이 일본인과 한국인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라 러시아에 거주하는 동양인 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한국 유학생 3명이 모스크바 남동부에 있는 대학 기숙사 근처에서 불량배들로부터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모스크바국립기술대(MGTU) 대학원 재학 중인 양모씨가 다쳤다. 앞서 난동이 있던 9일 밤에도 10여명의 훌리건이 모스크바 남동부의 한 한인교회를 습격해 유리창을 깨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날 훌리건들은 시내 중심가 트베르스카야 지하철역에서 미국, 인도, 중국인 등 3명의 외국인을 습격했으며 경찰은 현장에서 3명을 붙잡았다. 9일 난동 현장에서 일본인 유학생 5명이 공격당한 것 외에도 한 일본방송국의 카메라기자와 스페인 사진기자도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대사관은 10일 러시아 외무부에 러시아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의 신변 보호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대사관도 일본대사관과 공조체제를 갖추고 홈페이지와 한인회 유학생회를 통해 교민들에게 외출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2000여명이며 일본인은 11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스킨헤드단체가 이번 난동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러시아 언론은 “이번 난동이 사전에 준비됐으며 일부가 현장에서 폭력을 선동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훌리건들은 평소에도 외국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인종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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