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도 9.11테러정보 미리 알았다"

  • 입력 2002년 6월 10일 10시 12분


9.11 테러를 막지못한 책임의 불똥이 백악관에까지 튈 조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간에 테러방지 미흡에 대한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도 9.11테러 가능성에 대해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폭로가 나왔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최신호(6월 17일자)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신설로 앞으로 테러를 효율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면서 백악관의 9.11테러관련 정보 사전 인지사실을 들춰냈다.

타임에 따르면, 백악관 대테러안보팀(CSG)은 9.11 테러 발생 8개월 전인 2001년1월쯤에는 이미 CIA로부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알-카에다 비밀 테러회의 사실을 브리핑 받았다고 대테러 관계자들이 폭로했다.

이 관계자들은 그러나 CSG의 브리핑 시점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행정부 말기 때인지 또는 부시 대통령 정권 초기였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 관리인 리처드 클라크는 클린턴 전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 등 두 정권에서 모두 CSG를 이끌었고, 이번주 의회 합동청문회에서 증언한다.

2000년 1월 열린 콸라룸푸르 회의에는 9.11 테러범인 나와즈 알 하즈미와 할리드 알 미드하르 등이 참석해 테러를 모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테러범은 문제의 테러회의 참석후 미국에 무사히 입국했는데, 이는 이들을 추적해온 CIA가 두 테러범의 이름을 이민귀화국(INS)의 테러감시대상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CIA측은 이미 2000년 1월 FBI에 콸라룸푸르 테러회의를 통보했다며 책임을 FBI로 떠넘기려 하고 있다.

9.11테러방지 실패 책임에 대한 합동 청문회를 실시중인 의회의 한 정보관계자는 백악관 CSG 요원들이 9.11테러 이전에 테러범들의 행동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 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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