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요원 ‘FBI 3大병폐’ 폭로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37분


미국에선 요즘 두 명의 여성 ‘내부 고발자(Whistle-blower)’가 화제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무능한 테러 대응을 고발한 콜린 롤리 FBI 미니애폴리스 법률자문관(사진)과 에너지 기업 엔론의 부실회계를 경고한 셰론 왓킨스 엔론 부사장이 바로 그들.

롤리 자문관은 지난달 21일 로버트 뮬러 FBI 국장에게 13장짜리 편지를 보내 “본부가 9·11테러와 관련이 있는 자카리아스 무사위에 대한 수사 확대를 허락하지 않아 테러 예방의 기회를 놓쳤다”면서 FBI 내의 관료주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6일 TV로 생방송된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상부에 보고 한번 하려면 7∼9단계를 거쳐야 한다”면서 “FBI는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 출세제일주의 등 3대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FBI는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

엔론의 회계를 담당했던 왓킨스 부사장은 지난해 8월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분식회계가 계속될 경우 회계 추문으로 회사가 결국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한 인물.

브랜다이스 법대의 애니타 힐 교수는 6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롤리 자문관과 왓킨스 부사장이 20여년 이상 한 조직에 근무하면서 고위직에 올랐고, 이로 인해 정보에 용이하게 접근하고 리더에게 직접 조직의 문제점을 전달할 수 있었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내부인(Insider)’이었지만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외부인(Outsider)’의 관점과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 FBI는 71년에야 처음으로 여성 요원을 선발했으며 텍사스 석유회사인 엔론은 고위직 중에 여성 비율이 3% 이하일 정도로 남성 중심적인 조직.

힐 교수는 “이들이 ‘외부인’으로서 느껴온 일종의 소외감과 비판 의식이 내부고발을 통한 개혁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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