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기업회계가 美경제 뇌관” FT 달러약세 원인 분석

  • 입력 2002년 5월 3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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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달러 가치는 왜 줄기차게 하락할까.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31일 달러화의 계속된 약세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달러 약세는 일시적 또는 순환적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이며 앞으로도 몇 달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가 달러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든 것은 미국 기업의 경영과 회계의 불투명성. 투자자들이 아시아 기업에 대한 투자기피의 원인으로 꼽아온 부실 회계와 숫자 부풀리기 등이 이제는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 미국 정부 통계로 볼 때 미국 기업은 97년 이후 수익이 계속 줄어야 하나 오히려 투자자들에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수익이 줄기차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기업의 생산성이 투자자들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90년대 중반 이후 국제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거 투자했으나 생산성 향상에 따른 혜택은 미국 근로자와 소비자에게만 집중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사용돼야 할 자본과 노동력이 9·11테러 이후 쓸데없는 보안 부문에 전용되고 있기 때문. 자유무역에 악영향을 주는 철강의 세이프가드 발동과 1900억달러에 달하는 농업보조금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호주 매퀘리에 은행의 로리 로버트슨 시장분석가는 “해외자본의 유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앞으로는 악순환 구조로 뒤바뀔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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