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가수 보노-오닐 美재무 阿원조싸고 설전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48분


《1900억달러 대 100억달러.전자는 미국이 향후 10년간 미 농가에 지급하는 보조금 액수. 후자는 미국이 ‘새 천년의 도전’이라고 명명한 개발도상국 원조사업에 3년간 내놓는 액수. 자국 농민에 대한 지원과 해외 원조를 액수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원조에 이중적인 미국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차이다. 더구나 미 농가에 돌아가는 1900억달러는 미국이 내놓은 100억달러보다 더 많은 경제적 피해를 아프리카 농민에 입힐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당초 계획보다 원조액을 100% 증액하고도 아프리카를 비롯,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손가락질당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록밴드 U2의 리드싱어 보노(41)와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67)의 아프리카 순회 여행도 결국 이 같은 미국의 태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귀착되고 있다.》

두 사람은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간 서부 사하라사막 이남의 가나와 우간다, 이디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함께 돌았다. 이번 여행은 록가수로서는 특이하게 개발도상국의 외채와 빈곤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보노씨와 오닐 장관에게 해외원조의 성공사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고 제안해 이뤄졌다.

미 경제정책의 사령탑으로부터 미국의 해외원조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오닐 장관은 보노씨에 전혀 설득되지 않고 기존의 시각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오닐 장관은 우간다의 한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수십억달러의 엄청난 돈을 쏟아붓기보다는 개인들이 기부를 늘리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노씨는 “빈곤국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수십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엄청난 액수이기는 하지만 하루에 죽 한 그릇이라도 먹어야 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는 큰 액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닐 장관은 그동안 원조보다는 무역을 통한 빈곤 해결과, 추가 원조보다는 기존 원조금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사용을 강조해왔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는 “돈이 가장 중요한 사업에 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보노씨는 “장관이 눈으로 보고도 그런 말을 한다면 안경과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발끈했다.

오닐 장관은 집요했다. 그는 우간다의 한 마을에서 우물을 파는데 2000달러가 들었다는 말을 듣고는 대기업 사장 출신답게 즉석에서 곱셈, 우간다 전국에서 식수문제를 해결하는 데 2500만달러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닐 장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에이즈 치료소를 방문, 이 나라 전체에서 에이즈 예방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를 계산해내면서 자금 사용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의 지적은 대부분 개별적인 사례분석과 임시변통의 계산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이번 여행은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의 조화보다는 의견 충돌로 끝났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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