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美 前핵담당 대사 “부시행정부 北 불신 분위기 높아”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08분


로버트 갈루치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장(전 미국 국무부 핵담당 대사·사진)은 23일 “9·11테러 이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는 ‘불량국가’로 지칭되는 북한 등과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고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창설 30주년 기념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는 것과는 다른 신중한 정책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에는 제네바 합의에 따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지원이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의견차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무력 사용이라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되며 우방과의 긴밀한 정책공조를 통해 적국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미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한 웬디 셔먼 ‘올브라이트 그룹’ 공동대표는 향후 예상되는 잭 프리처드 미국 대북협상담당 대사의 북한 방문 이후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과의 프로세스는 항상 느리게 진행된다. 특사 방북으로 바로 가시적인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가리켜 ‘피그미’, ‘버릇없는 사람’으로 지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북한은 개별 발언보다는 미국이 어떠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