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쿠바 제재 안푼다”…카터 건의 묵살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0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쿠바가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를 단행하기 전에는 쿠바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며 강경한 대쿠바정책을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쿠바 독립 100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최후의 독재자’라고 비판하고 “쿠바에서 정치 경제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역을 하는 것은 단지 카스트로 의장과 그의 측근들만을 윤택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야당에 대한 집회 및 표현의 자유 허용 △정치범 석방 △독립적인 노조의 허용 △인권단체의 쿠바 방문 허용 등을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발표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대쿠바 무역 제재조치 해제 권고를 일축한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쿠바 공산화(1959년) 이후 미국의 전 현직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12일 쿠바를 방문하고 부시 대통령에게 제재 해제를 권고했었다.

미국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국정 현안에 대한 조언을 이처럼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묵살한 것은 이례적이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방침과 달리 의회에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도 농산물 수출 등을 위해 쿠바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척 해글 하원의원(공화)은 “의회는 현재의 대쿠바정책이 시대착오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쿠바에 대해 다른 정책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민주)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40년간 지속돼 온 쿠바의 잘못된 정치체제를 계속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