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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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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타임(27일자)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9·11 테러 책임론’의 범위를 대통령의 사전 인지 여부를 넘어서 테러를 막지 못한 미 정부의 총체적인 실패로 초점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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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를 앞두고 한 두달 동안 워싱턴에는 테러관련 첩보들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 첩보들은 때로는 연방수사국(FBI)의 정보철에, 때로는 수사정보기관의 공조실패로 묻혀 의미있는 경고로 발전하지 못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27일자)는 FBI는 중앙정보국(CIA)에 비밀 정보내용을 e메일로 보낼 수 있는 통신보안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은 이 첩보들을 분석한 결과 미 행정부는 4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사전 인지 파문이 불거지자 이슬람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해 건물에 충돌할 가능성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타임은 이것이 첫 번째 실수라고 규정했다.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의 배후인물인 람지 요세프에 대한 조사결과 테러세력들이 항공기를 납치해 CIA 건물에 충돌하는 가미카제식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에서도 납치한 항공기로 에펠탑을 들이받으려는 계획이 적발된 바 있어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다만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담당보좌관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리만 모르고 있었을 뿐.
지난해 7월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FBI 요원 케네스 윌리엄스는 엠브리-리들 항공대학에 등록한 이슬람 청년들의 수상한 동태를 포착, 이들이 민간항공 시스템에 침투할지 모른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FBI의 국제 테러리즘 책임자인 마이크 롤린스에게조차 보고되지 않고 묵살됐다. 관련기관인 CIA나 백악관의 대테러 그룹(CSG)에도 보고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것이 두 번째 실수다.
전직 FBI 관리는 “아무도 미국 내에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FBI 본부는 테러 세력이 국내에서 작전을 벌일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세 번째 결정적인 실수. 지난해 3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대한 폭파기도로 기소된 아흐메드 레삼의 사례는 미국 내에서의 테러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8월16일 미네소타주에서 항공학교에 다니던 자카리아스 무사위가 구속됐다. 9·11 테러 이후 무사위씨는 테러공범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구속 당시 그의 혐의는 이민법 위반. FBI 요원들은 무사위씨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청했지만 FBI 본부가 거부했다. 그가 이전에 다니던 에어맨 항공학교에는 9·11 테러범 중 2명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고 프랑스 정보당국은 무사위씨가 이슬람 과격분자로 테러용의자라는 사실을 CIA에 통보했다. 그러나 FBI나 CIA 모두 백악관의 CSG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9·11 테러가 일어날 때까지 ‘조용한 수사’를 계속했다. 이것이 네 번째 실수다.
이 같은 네 가지 실수 중 어느 한가지라도 범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라는 게 타임의 분석 결과. 대테러 분야에 종사하는 한 고위 관리는 “내가 평범한 시민이라면 미 정부 전체에 대해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