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후세인…이-팔충돌로 美 이라크 공격 차질

  • 입력 2002년 4월 4일 18시 14분


미국의 공격 대상 1호로 지목돼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이라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충돌 격화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아연 숨통이 트인 것.

이-팔 사태가 계속되는 한 미국은 이라크 공격에 대한 아랍국가들의 동조 내지 묵인을 얻기가 힘들게 돼 있다. 유엔의 무기사찰 압력도 줄어들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사진)은 미국의 이런 고충을 십분 활용, 어떻게든 이-팔 사태를 지속시키거나 확전으로 이끌어 미국의 군사공격을 피해보자는 심산이다.

후세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팔레스타인 가족에게 주는 지원금을 가구당 1만달러에서 2만5000달러로 대폭 올렸다. 팔레스타인인에게 2만5000달러는 웬만한 아파트도 구입할 수 있는 큰돈.

이라크는 내친 김에 범아랍권의 반미연대 구축까지 모색중이다. 지난달 28일 베이루트에서 열린 아랍정상회담에서 “다시는 쿠웨이트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선언, 쿠웨이트 및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이어 2일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실무자 회의에서는 미국 주도의 테러 퇴치 국제연대로부터 아랍국가들이 철수하자고 제의했다. 최근 이라크가 제안한 대미 석유 금수도 이런 계산에서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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