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공작 전담기구 美 OSI , 美 해외정보 통제 도마에

  • 입력 2002년 2월 22일 17시 58분


《미국 국방부가 대(對) 테러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신설한 언론공작 전담기구인 ‘전략영향사무소(OSI)’가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국제언론인협회(IPI)는 21일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OSI를 통해 해외 정보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미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다지 IPI 국장은 이날 세계언론 상황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미국은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사례로 거명됐으나 이제 더 이상 그것을 믿을 수 없게 됐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부시 행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 시도는 지난해 일어난 사건 중 가장 놀라운 일이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아먀 가제타도 21일 “OSI 설치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한 유럽 동맹국들의 비판과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등을 호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정보업무까지 미 국방부가 담당하게 된 점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주축으로 한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20일 ‘뉴스 관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테러조직들의 허위정보 유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분별 있고 명예롭게 이뤄져야지 OSI처럼 의심쩍은 방식으로 전개돼서는 안 된다”면서 “국방부의 ‘조지 오웰’식 발상은 대테러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20일 OSI를 통한 허위정보 유포는 국방부 내에서조차 미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사실에 근거한 정보의 신뢰도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부 관리는 “OSI를 둘러싼 국방부 내 갈등은 기존의 홍보담당 부서와 새로 부상하는 첨단 정보수집 부서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OSI를 ‘선전국’으로 개칭해 기존의 국방부 언론국이 제공하는 정보와 분명히 구분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OSI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국방부 수뇌부는 대 테러전쟁에서 미 정부가 적국은 물론 우방국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들어 “OSI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과 같은 미국의 적들이 유포하는 허위정보에 대처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20일 “미 국방부는 미국민과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진실을 얘기할 것이지만 적들을 전략적 또는 전술적으로 현혹시키는 일을 할 수도 있다”고 강변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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