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아랍반발 확산

  • 입력 2002년 2월 17일 18시 38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감행될 경우 군사시설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대(對) 테러전쟁 확대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나예프 빈 압델 아지즈 사우디 내무장관은 17일 메카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사우디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우디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의 공격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사우디는 전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반대하며 세계의 모든 문제들을 합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영국의 더 타임스가 16일 미국은 이미 영국 등 동맹국들에 연내에 이라크에 대한 군사작전 단행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나왔다.

사우디는 미국의 대 이라크 작전에 필수적인 술탄 공군기지 등 군사 지원시설을 보유한 중동의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가로 이 같은 사우디의 태도는 향후 미국의 작전반경을 크게 위축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도 16일 아랍계 일간지 알 하야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아랍권의 지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레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중동의 동맹전선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등 미국에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15일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라크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반대한다는 게 아랍연맹의 단호하고도 일치된 방침”이라며 “아랍권은 그 같은 공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이집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후 이라크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왔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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