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17일 訪日…21일 訪中

  • 입력 2002년 2월 16일 17시 38분


《17일부터 시작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3국 방문을 맞아 일본과 중국은 저마다 복잡다기한 미국과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며 마지막 준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느껴지고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 기류를 의식한 듯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쌍무적 현안을 차질 없이 추스르면서 회담 결과와 그것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日, 경제대책 쓴소리 들을 각오▼

미일 정상회담 주요 현안
미국현안일본
강력한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 금융 완화 정책 필요일본경제 디플레이션 종합대책 마련중. 일본은행에 금융완화 정책 요구 계획
부실채권 처리 등 근본적 문제해결 필요엔저 용인엔화 가치는 시장에서 평가하는 것이라며 용인 자세
북한이 통상병력 삭감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도대북정책북한과의 대화채널 유지 방침. 신중한 자세 요구
미사일방어(MD)체제에 대한 협력 요청미일안보협력적극 협력. 내달중 공동개발 포함한 실무협의에 합의할 방침
긴밀한 협력을 위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해야대테러협력자위대 무기사용 등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헌법 확대해석 필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3국 순방 중 첫 번째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크게 일본경제 회복과 안보협력, 대북정책 등 세 가지가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후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은 17일 도쿄에 도착, 다음날인 1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과 오찬회동을 가질 예정. 19일에는 일본 국회 연설과 천황 방문을 마친 후 한국으로 향한다.

부시 대통령은 14일 아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일본이 경제회복을 위해 가시적이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노선을 강하게 지지하면서도 “우리는 일본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등 대담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한 어조로 실행을 요구해 왔다.

이를 의식한 고이즈미 총리는 △부실채권의 조기처리 △일본은행에 추가 금융완화 요청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재투입 검토 등이 담긴 디플레이션 종합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를 부시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엔저(低)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시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원론적인 의견 교환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포함한 대북정책도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일본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지지,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내에서는 “한미일의 공동보조가 흔들리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진다. 미국측이 신중하게 대응해주길 바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도 한미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양국정상은 또 테러사건 이후의 세계정세와 관련,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계획. 일본은 미국이 한미일 3국중 일본을 첫 순방국으로 정한 데 대해 일본을 ‘중시’하는 자세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시아내 중국의 위치가 급부상하면서 미국은 일본에 아시아를 묶는 주도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방어계획과 관련,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일본은 이번 동맹강화를 계기로 미국과의 공동연구뿐만 아니라 공동개발까지 염두에 둔 실무협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中, '붉은 카펫' 깔고 영접 준비▼

미중 정상회담 주요 현안
미국현안중국
중국의 실질적 협력 대테러 공조미연방수사국(FBI) 베이징사무소 개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대만 문제‘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해야, 대만 무기판매는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것
불량국가 및 테러조직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 미사일방어(MD)체제세계 전략 안정 해치므로 반대
인권 문제 개선해야인권·민주화내정 간섭
정상급 왕래 통한 협력강화정상급 교류후진타오(4, 5월), 장쩌민(10월경) 방미
북한 대량살상무기 문제 등 해결돼야 한반도 문제한반도 안정과 대화 지지, 테러와의 전쟁 확대 반대

중국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공식방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향후 중-미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경제개혁의 가속화와 올 가을 지도부의 순조로운 권력교체를 위해 미국의 협력이 필요한 속사정도 있다.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들이 부시 대통령의 방문일을 30년 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문 때와 비교하며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오쩌둥(毛澤東) 당주석은 1972년 2월21일 닉슨 대통령과 역사적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고 구 소련에 대한 공동 대항전선을 모색함으로써 중국이 강대국 반열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대테러 공조, 경제협력, 인권과 민주화, 대만 문제, 한반도 상황 등 굵직한 현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사안에서는 상당한 의견차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대테러 공조와 ‘하나의 중국’, 경제협력 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중국은 미 연방수사국(FBI) 베이징(北京)사무소 개설을 허가하는 등 대테러 문제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 주석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 주도 하에 이란, 이라크, 한반도 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악의 축’ 국가 등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이 미사일방어(MD)체제를 강행하는 것은 세계 전략안정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핵무기 관련 제품의 수출을 자제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나 중국은 부분적으로만 수용할 것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5일 보도했다.‘악의 축’ 발언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미사일 관련 제품 수출통제 리스트’를 선물로 내놓을 것이지만 미국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이 대북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것은 지역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부시 대통령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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