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고이즈미號 경제개혁 ‘바람앞 등불’

  • 입력 2002년 2월 4일 16시 37분


뉴욕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일본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비등했지만 일본 내에서도 위기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구조개혁 지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금융시장에선 주가 엔화 국채 등 3대 지표의 동시 하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흔들리는 고이즈미의 경제개혁〓지난달 29일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 경질 이후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율이 50%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는 곧 구조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의 상실을 뜻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여권 내 파벌기반이 약한 대신 80%대라는 높은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기 때문.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진 것은 물론 여당인 자민당에서도 개혁반대 세력이 ‘선(先)경기부양, 후(後)구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4일 중의원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구조개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며 “디플레이션 저지와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조개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가-엔화-국채 동시하락〓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주가는 다나카 외상 경질 직후인 30일 10,000엔선이 깨졌으며 4일 9,631.93엔까지 떨어졌다. 거래일 4일 만에 무려 394.10엔이나 떨어진 것으로 작년 9월 기록한 18년 만의 최저치(9,504.41엔)와 100엔밖에 차가 나지 않는다. 도쿄외환시장에서도 1일 달러당 엔화환율이 한때 2엔이나 오르며 3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주가, 환율에 이어 일본의 국채가격까지 하락하고 있는 것. 1일 도쿄시장에서는 “구조개혁이 지연되면 국채발행액이 늘어나고 국채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채 장기금리가 하루 사이 0.02%가 올라(국채가격은 떨어짐) 1.50%을 기록했다. 주가와 엔화, 국채의 동시하락은 1990년 거품경제 붕괴 후 12년 만이다.

▽일본발 금융위기 오나〓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는 4월 1일부터 실시될 예금전액보호제 폐지를 앞두고 금융기관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3월 말 결산에서 금융기관의 적자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해 부실금융기관이 잇따라 도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벌써 도쿄증시의 은행 주가지수는 90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 닛케이주가가 9,300엔까지 떨어지고 엔화가치도 달러당 140엔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이즈미 내각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금융불안을 막겠다고 하지만 일본경제에 대한 불안과 우려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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