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前부회장왜 자살했을까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44분


‘엔론 스캔들이 양심적인 엔론사 간부를 집어삼켰다.’

뉴욕타임스지는 27일 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엔론사 부회장(43·사진)의 자살 사건을 이 같은 제목으로 보도했다.

백스터 전 부회장은 뉴욕 애머티빌에서 가난한 경찰의 아들로 태어나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은 뒤 대기업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그는 월가의 투자은행을 거쳐 91년 엔론사 입사 뒤에도 승승장구해 2000년 6월 엔론사의 최고전략 담당 사장에 올랐고 그해 10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직 당시 매우 사교적이면서도 원칙적인 사람이어서 엔론사의 부정한 회계관행을 못 견뎌 했다고 엔론사 동료들은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엔론사 파산 7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엔론사의 관련 회사인 LJM과의 불법거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엔론사를 떠났다.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그는 퇴사 후에도 엔론사와 직원들의 장래에 대해 매우 걱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퇴사 후 그가 자주 들렀던 ‘휴스턴 요트클럽’의 회원들은 12월 엔론사 파산 뒤 그의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그는 최근 해고당한 직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엔론사태와 관련한 2개 재판에 피고로 올라 심리적 고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남긴 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CNBC방송은 이와 관련해 그가 유서에서 “엔론 파산사태로 의회 조사와 법정에서 동료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미칠 정도로 괴롭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한편 휴스턴 비즈니스 저널은 지난해 2월 백스터 부회장은 자사 주식 11만3000주를 매각해 780만달러(약 101억원)가 넘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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