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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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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법적으로 일본 외교를 책임진 사람은 다나카 외상이지만 21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건 국제회의에서는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뀐 것 같다며 상당수 일본인들이 꼬집는 말이다.
이번 회의에서 다나카 외상보다는 오가타 전 판무관의 활동이 훨씬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아프간 회의 공동대표이자 일본정부 특별대표인 오가타 전 판무관은 각국 대표에게 아프간 지원을 호소하고 일본 정부에는 지원금 총액의 20%를 분담하라고 권유하는 등 국제조정자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반면 이번 회의 의장국인 일본의 다나카 외상은 회의 개막 전날인 20일 밤에 자신이 주최한 리셉션에 지각했고, 카르자이 아프간 잠정정권 수반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 손님들을 남겨 놓은 채 일찍 집에 가버려 주변의 빈축을 샀다.
특히 그는 아프간 회의 참가국 외상들과 개별 회담을 하면서도 정작 이 회의에는 정기국회 심의를 이유로 거의 참석하지 않아 참가국 대표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난민의 어머니’로 불리는 오가타 전 판무관은 지난 10년간 세계 40여곳의 분쟁지역을 누비며 난민문제 해결에 열정을 쏟은 공로로 2000년 서울평화상을 받았다.
대학교수이던 49세 때 유엔 주재 일본공사로 임명돼 유엔아동기금(UNICEF) 집행이사회 의장, 유엔 인권위 일본대표 등을 거치면서 국제감각을 쌓은 그는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로부터 외상 제의를 받았으나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잘 모르겠다”며 고사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
외교관의 딸이자 오가타 다케토라(緖方竹虎) 전 부총리의 며느리로 다나카 외상에 못지 않은 명문가 출신임에도 그는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의 전형적인 일본 여인상으로 주변의 호감을 사고 있다.
이에 반해 다나카 외상은 아버지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를 수행하며 국제감각을 익혔다는 평가와는 달리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잦은 돌출행동으로 ‘외교 문외한’ ‘철부지 외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처지.
정치인 출신으로 화려한 외교 스타일을 선호하는 그는 지난해 말 파키스탄 방문 때도 외교협상보다는 난민캠프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시성 외교’에만 치중해 주변의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았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