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임지 한국 조폭 '주먹들의 길' 이례적 보도

  • 입력 2002년 1월 8일 18시 28분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신호(14일자)에서 한국의 조직폭력배(조폭)를 2쪽에 걸쳐 크게 소개했다. 지난 한 해의 유행어 ‘조폭’이 마침내 국제뉴스가 된 것.

타임은 ‘주먹들의 길(The Way of The Fists)’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한국의 조폭들은 때론 공개적으로 애국심을 표출할 만큼 ‘기이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지난해 8월 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한에 항의해 일단의 폭력배들이 서울 독립문공원에서 공개적으로 새끼손가락을 자른, 이른바 ‘단지(斷指)의식’을 그런 ‘기이한 행동’의 한 예로 들었다.

그러나 타임은 한국의 폭력배들은 이 같은 단지의식이 일본의 야쿠자를 본뜬 것이 아니라 항일운동 때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손가락을 자른 것에서 유래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 잡지는 한국에선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하고 그 이유는 한국인들이 윗사람에 대한 복종, 존경, 희생을 무엇보다 중시했던 시절에 향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타임은 갈취와 착취 매춘을 일삼는 깡패 집단들을 마치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추켜올리는 경향이 한국에 있는데, 이는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진귀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또 여운환이라는 폭력배가 ‘이용호 게이트’에 개입한 혐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의원과도 접촉한 혐의가 있는 등 전통적으로 조폭들은 한국의 유력 인사들과 유착관계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타임은 조폭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현실 생활에서 조폭이 설치는 것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 예로 김 대통령은 이달 초 조직폭력단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 김 의원의 조폭과의 접촉 혐의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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