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M협정 탈퇴 유럽반응]“러 군비강화 빌미될것”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15분


미국의 ABM 협정 일방 탈퇴 선언에 대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우려와 불안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13일자에 ‘미국이 군사적 이점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싣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3개월 만에 다시 군비강화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럽의 지식인들은 “미사일방어(MD)는 군사적 타당성이나 반대여론과는 상관없이 공룡과도 같은미 군산(軍産)복합체의 생존과 자기증식 논리에 따라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럽이 미국의 ABM탈퇴와 MD 강행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MD 강행에 따른 국제적 군비경쟁이 유럽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 특히 유럽과 등을 대고 있는 러시아의 군비강화는 잠재적인 위협 1호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의 군사적 독주에 따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명무실화는 유럽 안보의 취약성을 배가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테러와의 전쟁에서 나타난 유럽 개별국가와 미국의 군사적 격차는 접어두더라도 미국이 빠진 NATO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이 미국의 ABM 협정 탈퇴에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나 네덜란드처럼 미국과 이해관계가 밀접하거나 미군기지가 설치돼 있는 국가들이 부분적으로 미국의 MD 추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ABM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 지식인층과 평화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9·11테러에서 입증됐듯 자살공격이라는 21세기 새로운 전쟁형태는 벌써부터 ‘MD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군비지출에 대해 반대여론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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