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하늘길 다시 열린다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23분


아프가니스탄의 하늘 길과 철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면서 전쟁의 상흔으로 갈기갈기 찢긴 아프간이 활발한 재기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다시 날아 오른 ‘아프간의 날개’〓4일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국제공항.

공습과 로켓공격 등으로 부서진 비행기 잔해들이 활주로 주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이 사이를 뚫고 한 대의 러시아제 안토노프24 쌍발 프로펠러기가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아프간 국유 항공사인 ‘아리아나 아프간항공’이 이날 탈레반이 축출된 이후 국제선 운항 재개를 앞두고 시험비행에 나선 것. 기장은 “아리아나 아프간항공이 아프간 하늘 길을 다시 열었다”며 감격했다.

70년대 초 첫 운항을 시작한 아리아나 아프간항공은 20년 동안 전화(戰禍)에 시달려 왔다. 특히 유엔이 99년 국제선 운항을 금지하면서 아리아나 아프간항공은 빈사상태에 빠졌다. 이번 전쟁으로 보유 항공기 8대 중 6대가 파괴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리아나 아프간항공은 나머지 여객기 두 대를 손질해 공항 활주로가 정비되는 대로 카불과 인도 델리,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재취항할 예정이다. ▽재개통된 ‘우정의 다리’〓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우정의 다리’도 4년 만에 재개통됐다. 9일 구호물자를 실은 첫 화물열차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라는 깃발을 펄럭이며 이 다리를 건넜다.

화물열차에 가득 실린 1000t의 곡물과 피복, 의약품은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340만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전달된다. 우정의 다리는 우즈베키스탄의 항구도시 테르메스와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도시 하이라톤을 연결하는 두 나라간의 유일한 다리다.

▽전황〓미국 해병대가 1989년 소련군 퇴각 이후 폐쇄됐던 카불의 미 대사관 건물에 10일 12년 만에 처음으로 진주했다.

미 중부사령부의 빅 해리스 소령은 “카불 인근의 바그람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 병력이 카불로 이동해 이곳의 미 대사관을 접수했다”며 “당분간 대사관 건물에 대한 경계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사관 업무 재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군의 탱크와 군 차량 30여대가 공중 경호를 받으며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미군 기지를 떠나 칸다하르로 이동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아프간이슬람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선대인·김성규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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