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 5년]빈 라덴 잘못 만나 몰락 자초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32분


6일 집권 5년 만에 사실상 붕괴한 탈레반 정권의 모태는 이슬람 율법을 공부하던 학생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파키스탄 서부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탈레반은 공산당 배격 및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내세우며 94년부터 친(親)소련 정권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 2년만인 96년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탈레반은 집권 이후 경쟁관계였던 군벌들을 숙청하며 잔인한 살육과 파괴를 일삼았고, 전체 노동인구의 40%인 여성의 교육과 취업, 외출을 규제하는 등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했다.

철권통치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공식정부로 인정받지 못했고, 내전으로 피폐해진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탈레반은 올해 초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율법을 앞세우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 등을 파괴해 고립을 더욱 심화시켰다.

탈레반 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반(反) 소련 항쟁과정에서 밀접한 인연을 맺은 오사마 빈 라덴을 저버리지 못하고 미국과 전면전을 벌인 때문.

탈레반은 99년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폭파사건 배후자로 지목된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 9·11테러 이후에도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 결국 몰락을 자초한 셈이 됐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