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대(對) 테러전쟁의 1단계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이 전쟁이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켰다.
미국은 두 달 만에 탈레반 정권을 사실상 붕괴시켰다.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를 체포하는 일이 남아 있긴 해도 개전 초기의 우려를 씻어내고 초강대국으로서의 힘과 위세를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미국의 군사작전의 초점은 9·11 테러의 배후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 데 모아지고 있다.
▽전쟁 경과와 승패 요인〓개전 초기 잦은 오폭과 반전(反戰)여론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국이 승기를 잡은 것은 공습 한 달 만인 11월9일 북부동맹이 북부 요충지 마자르이샤리프를 장악하면서부터. 이어 4일 뒤엔 수도 카불마저 함락됐고 25일엔 완강히 버티던 쿤두즈마저 항복함으로써 탈레반은 완전히 쫓기는 신세가 됐다. 탈레반은 칸다하르에서 결사항전을 외쳤지만 수도 카불에서 퇴각한 지 24일 만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미국이 이처럼 신속하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공군력과 위성과 레이저로 유도되는 첨단무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기 때문. 북부동맹의 예상 밖의 선전(善戰)과 파슈툰족의 내부 봉기도 승인으로 꼽힌다.
미국을 상대로 ‘100년 전쟁’을 외치며 전면전을 벌인 게 탈레반의 패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처음부터 산악지형을 이용한 게릴라전으로 나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빈 라덴 추적〓빈 라덴 추적은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탈레반은 지난달 18일 빈 라덴이 탈레반 지휘부를 떠났음을 공식 확인했고 미국은 그가 은신했다고 알려진 토라보라 산악지역을 맹렬한 기세로 공격 중이다.
빈 라덴과 그의 수하들은 80년대 구 소련과의 전쟁 때와 달리 아프간 주민들과 유리된 채 몸을 숨기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알려져 생포든 사살이든 시간문제인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