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1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헌팅턴 기고내용

“1980년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한 것은 냉전을 대체한 무슬림 전쟁 시대의 전주곡이었다.”
헌팅턴 교수는 이렇게 무슬림 전쟁을 냉전과 같이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전쟁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90년대 세계에서 일어난 인종 전쟁 중의 절반 가량이 이슬람 대 비이슬람, 또는 이슬람 대 이슬람의 전쟁이었으며 1983년부터 2000년까지 국제적인 테러 16건 중 11, 12건이 이슬람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번 뉴욕 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새로운 전쟁이라고 규정했지만 사실상 새로운 게 전혀 없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헌팅턴 교수는 전쟁의 원인이 종교적 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실례로 지난 수세기간 이슬람교도로서의 정체성 회복은 근대화와 세계화에 대한 이슬람의 대응으로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서구 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데 따른 분노와 질시, 적대감 그리고 그것을 부추겨온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해왔다는 것.
또 이슬람 내부의 종교적 인종적 정치적 문화적 분열, 특히 이슬람의 맹주를 차지하려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치열한 각축이 전쟁을 빚어내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사회 경제적으로는 무엇보다 이슬람의 높은 출생률과 이에 따른 청년 실업자의 양산이 전쟁의 전사를 배출하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무슬림 전쟁이 오사마 빈 라덴이 바라는 대로 문명의 충돌로 확산될 조짐은 없다고 예상했다.
이유는 많은 서방국가들이 미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중동 국가들도 테러에는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전선이 서방 대 이슬람으로 형성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 그러나 9·11 테러사태가 서방의 단결을 낳았듯이 대 테러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슬람의 단결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그는 끝으로 무슬림 전쟁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친 이스라엘정책의 변화 △중동에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조건의 향상 등을 꼽았다.
◆후쿠야마교수 기고내용

후쿠야마 교수는 9·11 테러사태가 자신의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역사의 완성적인 형태라고 밝힌 서구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막지 못한다면 세계 문명의 생존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같은 위협을 가하고 있는 세력의 실체는 소수의 테러 집단이 아니라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면서 전체 이슬람교도의 10∼15%를 점하는 이들의 근본적인 속성은 이슬람 파시즘(Islamo-Fascism)이라고 규정했다.
이슬람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20세기 초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파시스트가 등장하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면서 지금의 이슬람교도들은 신비주의적이고 극단적인 교리에 노출돼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이슬람 파시즘 확산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지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이슬람 파시즘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서 ‘와하비즘(Wahhabism)’을 전파시켰고 아울러 막대한 물질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것.
후쿠야마 교수는 이슬람 파시즘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탄 세례 아래서만 굴복했듯이 효과적이고 과감한 군사 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이슬람교 내부에서도 온건주의가 등장, 파시즘을 대체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갈지 모른다는 희망적인 신호도 나오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이란을 꼽았다. 이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지금 “우리는 아메리카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소리도 나오고 있으며 근본주의에 대한 열정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희구로 바뀌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끝으로 이슬람 파시즘과 서구 자유민주주의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두 개의 문명이 될 수 없으며 결국 서구 자유민주주의로 세계의 모든 문명이 수렴되는 현상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로 결론을 맺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