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붕괴 왜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46분


‘탈레반은 왜 그렇게 쉽게 무너졌는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테러전쟁 1라운드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탈레반이 예상외로 쉽게 무너진 원인을 두고 미국 각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미 언론들은 전쟁 초기에 ‘탈레반은 소련군도 당해내지 못한 힘든 상대인데, 여기에 이슬람 각지의 지원병까지 합세해 전력이 더 강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반면 반 탈레반 세력인 북부동맹은 미 정부조차 ‘종이호랑이’라고 부르며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결과는 북부동맹과 미국 측의 대승.

▼美서 의사소통 완전교란▼

이렇게 된 한 원인은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 지도층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 존 스터플빔 국방부 대변인은 “탈레반 지도자들은 추종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단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공습의 효과다. 전쟁 초기엔 아프간의 험준한 산악지형 속에 숨은 탈레반의 동굴을 상대로 한 공습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 관리들은 전자장치로 유도해 정확히 목표물을 때리는 미국의 첨단 공습능력이 그동안 너무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미 전략연구가들은 탈레반이 지형을 방패로 십분 활용하면서 소규모 단위로 흩어져 전투를 펼치지 않고 공습 받기 쉬운 요새에 집결한 점을 ‘치명적인 전술상 실수’로 꼽았다.

▼요새집결로 공습에 노출▼

뉴욕타임스는 11월30일자에서 브루킹스 연구소의 학자 존 뉴하우스의 말을 빌려 탈레반 군대의 결속력이 급속히 느슨해지면서 군인들이 대거 이탈한 점이 패배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뉴하우스씨는 “‘아프간 지도자들은 돈을 주고 살 수는 없지만 잠시 빌릴 수는 있다’는 오래된 영국 속담이 있다”면서 “아프간인들에게 이데올로기나 연합관계는 매우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LA 타임스의 한 칼럼은 “미국의 현재 승리는 취약하다”면서도 “(미국의) 승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탈레반이 국민을 배신하고 압제자로 전락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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