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맹 “인정사정 볼것 없다”…항복한 병사 ‘살육’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48분


‘제발 목숨만은….’

12일 오후 탈레반군과 북부동맹군의 공방이 치열했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전선의 한 후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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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총상을 입은 한 탈레반 병사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에워싼 5, 6명의 북부동맹 병사들에게 목숨을 애걸하고 있다. 그의 눈빛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승리자의 자비를 갈구하는 애절함이 스며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장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했다.

‘탕,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그는 시뻘건 피를 쏟아내며 도로에 널브러졌다. 한 병사는 이미 숨이 끊긴 그의 몸을 소총으로 마구 두들겨 팼다. 다른 병사가 대전차용 화기를 쏘아대자 그의 몸은 걸레조각처럼 찢겨 나갔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 최근호(11월 26일자)가 보도했다.

18일 양측이 며칠 전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카불 외곽의 한 전쟁터. 국제적십자 요원들이 30여구의 탈레반 병사의 시체를 찾아냈다. 시체들은 모두 미간에 총을 맞았거나 목이 잘려 있었다. 전투과정에서 숨진 것이 아니라 체포된 뒤 참혹하게 살해된 것.

탈레반군과 북부동맹군이 남 북부에서 열흘째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자비’란 없다. 오직 눈에 이글거리는 복수심과 증오만 남아 있을 뿐이다.

탈레반의 마지막 남은 북부 거점 쿤두즈에서는 탈레반을 위해 싸우러 온 외국인 병사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북부동맹군에 붙잡혀 온갖 치욕과 고문 끝에 죽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

보복 살육전에 대한 두려움은 민간인도 마찬가지. 전쟁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난민행렬은 20일에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영국 BBC방송은 하루에 국경을 넘는 난민수가 여전히 수천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국제적십자의 한 직원은 “아프가니스탄에는 현재 전쟁보다 더한 ‘피의 보복전’이 난무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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