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나라 투발루 “바다가 솟아올라 조국 포기합니다”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50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머지 않아 바다 속으로 잠길 남태평양의 투발루 군도. 매일 해수면을 바라보며 공포에 떨던 이곳 주민들이 마침내 “내년부터 섬을 떠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워싱턴 소재 환경보호단체 ‘지구정책연구소’가 15일 밝혔다.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투발루 군도 지도자들은 솟아오르는 바다와의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 조국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9개의 환초 섬으로 이뤄진 투발루 군도 내에는 해발 4.5m를 넘는 곳이 없다. 면적도 서울 영등포구 면적과 비슷한 26㎢에 인구도 1만1000명에 불과하다. 작은 개울조차 없어 식수는 빗물을 받아쓴다. 수출품이라고는 야자밖에 없다.

그래도 별 걱정 없이 지내왔으나 20세기 들어 산업화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면서 이들의 걱정이 시작됐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해수면이 솟아오른 것. 더구나 환경학자들은 이번 세기 동안 해수면이 1m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주민들의 공포는 심화돼왔다.

지난해 2월에는 폭풍과 조수의 영향으로 파도가 3.2m까지 솟구쳐 섬의 상당수가 침수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요즘 염해(鹽害) 때문에 땅에 심던 야채들을 깡통에 넣어 키울 정도가 됐다.

투발루 지도부는 수년 전부터 호주에 주민들을 받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대신 뉴질랜드에서 내년부터 이민쿼터만큼 받아들이기로 해 투발루 주민들의 ‘탈출’이 가능해졌다.

브라운 소장은 “투발루가 해수면 상승으로 국민이 나라를 버리는 첫번째 나라이지만 이 같은 상황에 처하는 마지막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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