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궁 지하에 황금유물

  • 입력 2001년 11월 7일 11시 58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지하금고에는 박트리아의 보물 이라고 불리는 2100년전의 황금유물 2만여점이 보관돼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지가 6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보물들이 공습으로 파괴되거나 탈레반 손에 넘어가기 전에 유엔이 나서서 구해내기를 희망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보물들은 구 소련이 점령하고 있던 1978년 소련 고고학자들이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왕족 묘지에서 발굴한 것. 여기에는 보석으로 장식한 황금 조각상 목걸이 브로치 장신구 머리핀 허리띠 등과 진주가 박힌 왕관, 터키옥 등이 포함돼 있다.

발굴 직후 아프간 공산정권 수반이던 나지불라 대통령은 이 보물들을 7개의 상자에 담아 대통령궁 지하의 바위를 깎아내고 만든 금고에 넣었다. 금고 밖에는 7개의 자물쇠가 달린 철문을 세우고 다시 콘크리트로 밀봉했다.

7개의 열쇠는 나지불라를 포함한 7명이 나눠서 보관했다. 이들 가운데 나지불라를 포함해 적어도 3명이 그동안 사망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유네스코 아시아 문화재 전문가인 크리스천 맨하트는 "우리는 탈레반이 보물에 접근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며 "그들은 콘크리트벽을 뚫고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 보물들은 93년 당시 아프간 정부가 팔아버렸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단 하루동안 공개한 바 있다. 발굴 작업에 참여했던 빅토르 사리아니디 교수는 보물들이 이미 일본 영국 미국 등의 수집가들 손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카불에는 '탈레반이 이미 보물들을 오사마 빈 라덴에 넘겼다' , '구 소련군이 카불을 철수하기 전 가짜로 바꿔치기 했다' 는 등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 지하금고를 포함한 아프간 문화유산의 지도를 미국에 넘기고 공습할 때 이 지역을 피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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