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9개월 성장'에 마침표…3분기 이어 4분기도 침체 예상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6분


99개월간 계속된 미국의 사상 최장기 경제성장에 마침내 제동이 걸렸다.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인 미국경제의 침체가 확인되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도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4분기 중 -0.4%를 나타냈다. 93년 1·4분기 0.1% 하락한 이후 8년3개월 만의 첫 마이너스다. 당시는 92년부터 시작된 경제호황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지만 이번엔 4·4분기에도 마이너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전문가들은 ‘9·11 테러’로 인한 영향이 4·4 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4·4분기 성장률이 -1.3∼-2.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신뢰지수는 10월 중 85.5로 9월(97)보다 11.5포인트나 떨어져 소비가 급속히 위축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9월 중 소매판매액도 -2.4%를 나타내 그동안 미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소비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집권 공화당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감세 및 항공산업, 실업자 구제 등을 위해 모두 9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許贊國) 박사는 “미국 경제는 내년 3·4분기에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며 한국 경제도 그때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박사도 “전 세계 수출의 20%를 떠 안고 있는 미국이 경기침체로 통상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정보기술(IT)을 비롯한 한국의 주력상품의 수출이 늘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경제부 박병원(朴炳元) 경제정책국장도 “실질금리가 제로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져 있으며 기업투자도 늘어나기 쉽지 않아 내수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2차 추경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의 정책으로 올해 2%대의 성장은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찬선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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