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은 괴로워"…LA 하루 44건 비상소집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9시 01분


어디서나 경찰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듣는 것이 일상사가 된 미국 시민들은 ‘국가 안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한달 이상 계속되는 불편과 불안을 애써 인내하고 있다. 그 한쪽에서 미국 경찰은 테러 대응이란 새 임무로 창건이래 최고의 격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찰의 인내력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고유 임무인 지역치안 유지와 새롭게 하달된 국가안보 특명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채 내홍을 겪고 있는 미국 경찰의 고뇌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전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경찰에는 하루 몇 차례 비상 소집이 떨어진다. 탄저균 의심 사안에는 무조건 출동해야 하고 남는 시간엔 경비 업무나 군 업무 지원에 나선다. 종래의 근무 시간 개념은 실종되다시피 했다. 일선 서장들은 “경찰견들조차 폭발물 탐지 등으로 평소보다 4배나 혹사를 당하고 있어 극도의 스트레스에 빠진 실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23일 하루에만 44건의 비상소집이 발동됐고 9월11일 이후 한달 동안 375건의 폭발물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고유 업무인 범죄 예방과 수사는 완전히 뒷전이다. 필라델피아시의 경우 최근 한 달간 집중 발생한 37건의 살인 사건은 월 평균치보다 50% 가까이 폭증한 것. 거리 순찰 기능 약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자체 분석됐다. 지난 10년간 범죄와의 전쟁으로 30%가량 떨어뜨린 범죄율이 자칫 도로아미타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나타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역시 대형 수사 현안은 물론 검찰 송치조차 대부분 내년으로 미뤄놓았다. 한 경찰관은 “한계상황으로 다가가고 있는데 홍역 같은 세균전이 추가되기라도 한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윤석기자>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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