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탄저병공포 민심 진정위해 총력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6시 31분


탄저병 확산에 따른 공포와 불안이 미국 전역을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와 언론 등은 동요하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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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 테러 불안으로 우울증 만연

▽정부의 움직임=테러에 대한 정부 유관부처의 대책을 조율하기 위해 신설된 조국안보국의 톰 리지 안보국장은 1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정부를 믿고 불안을 떨쳐버릴 것을 호소했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테러 관련 부처의 고위 책임자들이 모두 배석한 회견에서 리지 국장은 “탄저균 감염 검사를 받은 사람은 몇천명이지만 실제 감염자는 몇 명에 불과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탄저병 치료제는 충분히 확보돼 있다” 며 “만약의 경우 전 국민을 접종할 수 있도록 천연두 백신 등도 비축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FBI는 이날 탄저균 유포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에게 100만달러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존 포터 우정국장은 수상한 우편물 처리 요령에 관한 안내 엽서를 1주일 안에 모든 가정에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탄저균 유포자에게는 최고 무기징역을, 가짜 탄저균으로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최고 징역 5년형을 구형하는 등 탄저병 파문에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FBI에는 최근 3300여건의 탄저병 신고가 접수됐으나 이들 대부분은 허위로 판명됐다.

▽언론과 민간의 움직임=CBS 방송의 앵커 댄 래더는 18일 자신의 조수가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문제는 탄저균이 아니라 이에 대한 두려움” 이라며 “탄저균을 확산시키는 측의 심리전에 휘말려선 안된다” 고 강조했다.

세균전 전문기자인 뉴욕타임스지의 주디스 밀러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탄저균을 유포하는 사람들은 대량 살상이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노린다” 며 “미국인들이 이번 사태에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의 투자회사들은 경제분석가들에게 테러 사태에 따른 부정적인 경제전망을 내놓지 않도록 촉구하고 증권 투자자들에게도 가급적 단기매매를 삼가줄 것을 권유하는 등 증시를 정상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여론의 질타받는 의회=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의 사무실 직원 등이 무더기로 탄저균에 노출된 데 놀라 의사당의 안전진단을 명분으로 17일부터 5일간 휴회를 결정한 하원은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18일 해설기사에서 “탄저병은 전염이 되지 않으나 불안은 전염된다” 며 의회가 갈팡질팡하는 것을 비판했다. 뉴욕포스트지는 1면에 ‘겁장이들’ 라는 제목을 커다랗게 뽑았다.

미 언론은 국민을 안심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의회 지도자들이 의사당 문을 닫는 상황에서 국민이 어떻게 정상적으로 생업에 임할 수 있겠느냐며 하원의 휴회를 질타했다.

이에 리처드 게파트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우리가 한 것은 누구든 위험에 처하면 마땅히 해야 할 조치” 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의회 내부에서조차 휴회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의회 지도자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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