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사들 초비상]탄저환자 2명 선紙 “건물폐쇄 매각”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탄저균 감염 가능성 때문에 일대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확인된 탄저병 환자 4명과 탄저균에 노출된 9명은 모두 언론사 직원이거나 그 가족들. 4명의 환자 중 2명은 플로리다에서 발행되는 선지(紙)의 직원이며 1명은 NBC뉴스 앵커 톰 브로코의 여비서, 나머지 한 명은 ABC방송 직원의 생후 7개월짜리 아기이다.

16일 이후 언론사에서 새로운 감염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브로코 앵커가 탄저균 노출 가능성을 시인하고 USA투데이지에 흰색 분말이 담긴 봉투가 배달된 후 직원 수십명이 대피하는 등 탄저균 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탄저병의 가장 큰 피해를 본 선지는 직원들이 출근을 꺼리자 아예 건물을 폐쇄한 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사가 밀집해 있는 뉴욕에서는 16일 탄저균 감염 확인 조사가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방독 우주복으로 중무장한 수십명의 특별조사 요원들은 감염이 확인된 NBC와 ABC방송은 물론 뉴욕타임스, AP통신, 블룸버그통신, CBS방송, 뉴욕데일리, CNN 뉴욕지부 등을 방문해 감염 가능성이 높은 우편물 컴퓨터 휴지통 등을 수거해갔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NBC와 ABC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에 대한 감염 여부 조사결과가 모두 음성이었다고 밝혔으나 언론종사자들의 우려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포 분위기가 언론의 보도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크 크리스핀 밀러 뉴욕대 언론학과 교수는 “탄저균 테러범들이 언론사를 겨냥한 것은 공포를 급속히 확산시키고 미국인들이 언론에 대해 가지는 신뢰감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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