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마저 탄저균 공격” 美 경악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9시 03분


'의회업무는 계속될 것' - 미국 상원 민주당 톰 대슐 원내총무
'의회업무는 계속될 것' - 미국 상원 민주당 톰 대슐 원내총무
미국의 탄저균 테러 공포가 마침내 의회로 확산되면서 워싱턴 정가를 포함한 미국 사회의 충격과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상원의 다수당 지도자인 톰 대슐 민주당 원내총무의 사무실에 탄저균이 든 우편물이 배달된 것은 사실상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를 겨냥해 생화학 테러를 기도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미국의 자본주의와 군사력을 각각 상징하는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펜타곤)이 무참히 테러에 유린된 데 이어 의회마저 탄저균 공격을 받게 됐다는 사실에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슐 원내총무의 사무실에 배달된 우편물에서 탄저균이 검출된 사실은 1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통해 공개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오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탄저균 확산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문제의 우편물은 의사당 부근에 있는 대슐 총무의 사무실에 주말인 12일 배달됐고 직원이 이를 개봉한 것은 15일 오전 10시반경. 여러 겹으로 포장된 우편물 안에서 수상한 흰색가루가 쏟아지자 즉각 비상이 걸렸다.

현장에 출동한 검역팀은 그 자리에서 2차례에 걸쳐 실시한 검사에서 탄저균 양성 반응이 나오자 정밀 검사를 위해 이를 메릴랜드주의 육군 연구소로 보냈다. 이를 개봉한 직원을 포함해 사무실의 보좌관 비서진 등 수십명에 대해선 역학 검사와 함께 만약의 경우를 대비, 탄저병 치료용 항생제인 시프로를 제공했다. 대슐 총무의 사무실이 즉각 폐쇄된 것은 물론이다.

의회 경찰과 검역당국은 이와 함께 상하원의 모든 우편물을 더 이상 개봉하지 말도록 긴급 통보한 뒤 다른 우편물에도 탄저균이 들어 있는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슐 총무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실망스럽고 화가 나지만 상원에서의 본연의 업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에 배달된 우편물엔 뉴저지주 트렌턴의 18일자 소인이 찍혀 있다. 이는 뉴욕 NBC방송의 앵커 톰 브로코에게 배달된 탄저균 우편물의 소인과 동일한 것. 따라서 누군가가 브로코 앵커와 대슐 총무를 상대로 동시에 탄저균이 든 우편물을 우송했을 개연성이 있다.

지구촌 각지에서 탄저균 소동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을 보면 탄저균 공격을 감행하는 사람들은 일단 여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동일한 테러조직 소속인지 혹은 모방범죄에 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미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는 현재 뉴욕과 플로리다주 등지에서 발견된 탄저균이 동일한 것인지를 가리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탄저균에는 마치 사람의 지문과 같은 개체간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비교하면 이번에 우편물에 투입된 탄저균이 같은 곳에서 인공적으로 배양된 것인지 여부를 가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미 정부는 탄저병 치료 항생제 시프로의 비축분을 현재 200만명분에서 1200만명분으로 늘리기로 하고 의회에 이를 위한 관련 예산을 추가 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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