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유엔-코피 아난 총장 공적

  • 입력 2001년 10월 12일 23시 23분


유엔 평화유지군
유엔 평화유지군
노벨위원회가 유엔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2001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올해가 노벨상 제정 10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의 테러 대참사와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평화’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시의성도 상당한 작용을 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유엔 - 국제평화 '버팀목'

노벨위원회는 “유엔은 오늘날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물론 세계의 경제 사회 환경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움직임의 선두에 서 왔다”고 유엔의 공로를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또 “냉전시대의 종말로 유엔이 본래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기관이나 사무총장이 평화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유엔 자체가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10월24일 전쟁방지와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발족 당시 51개국에 불과하던 회원국 수는 현재 190개국으로 늘어났다. 한국은 1991년 9월 북한과 동시에 가입했다.

유엔은 국제평화 유지와 회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나 요구에 따라 유엔군을 파견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처음으로 16개국으로 구성된 전투 목적의 유엔군이 파견됐다.

평화유지군은 그동안 코소보 동티모르 소말리아 등 전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 파견됐으며 갈수록 그 임무가 강화되고 있다. 올해에는 15개 평화유지 임무를 위해 4만4000명의 평화유지군이 파견됐다.

▲40년 근속 '유엔 맨' -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아난 총장은 1996년 유엔 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임기 5년의 사무총장으로 뽑힌 뒤 올해 6월29일 연임에 성공했다. 뛰어난 지도력과 중재력으로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61년 다그 함마르셸드가 사후에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6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첫 발을 들여놓은 아난 총장은 인생의 절반을 유엔에 몸담았으며 유고문제 특사, 평화유지군담당 사무차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지구촌의 분쟁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 또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를 위해서도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90년 걸프전 때는 사무총장 특사로 임명돼 이라크에 억류돼 있던 서방 인질 900여명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또 보스니아 평화유지 임무를 유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이관하는 과정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아난 총장은 평화와 안전을 위한 유엔의 전통적인 책임을 강조하면서 인권에 대한 유엔의 의무도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는 에이즈와 국제테러리즘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처해 왔으며 유엔의 보잘 것 없는 수단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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