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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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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데라흐만 자헤드 탈레반 외무차관은 9일 카타르의 알 자지라 위성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협상에 임하도록 57개 이슬람 국가들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가 압력을 가해달라고 호소했다.
탈레반측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한다는 이유로 1996년부터 OIC회원자격을 박탈당한 상태. 그러나 자헤드 차관은 1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리는 OIC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겨냥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허락없이 개시된 부당한 미군 영국군의 공격에 대해 이슬람 국가들은 뒷전에만 앉아 있지 말고 서방이 이성을 찾고 협상으로 돌아가도록 요청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혀온 탈레반의 이 같은 의사표시는 아프가니스탄 공습 개시이후 탈레반측이 서방에 요구한 첫 ‘유화 제스처’로 이슬람권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탈레반측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테러참사 배후주범으로 지목돼온 오사마 빈 라덴의 이슬람 단체 알 카이다는 9일 전세계 이슬람 신도들에게 미국에 대항해 성전(聖戰)을 강행하라고 촉구했다.
알 카이다 대변인 술레이만 아부 가이트는 9일 사전에 녹화된 방송 성명을 통해 ‘자신들을 억압하는 누구에 대항해서도 투쟁하라’는 코란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전세계 이슬람 신도들은 미국에 대항해 성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가이트 대변인은 또 미국 영국군의 아프간 공습에 대해 “우리에게는 죽음을 불사하는 젊은이들이 수천명 있으며 미국에 대한 추가공격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 백악관 관리는 9일 “알 카이다의 미 테러참사 개입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성명을 조금만 들어 보면 될 것”이라며 경고를 일축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