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특파원 현지르포]“성전은 의무” 이슬람 과격파 집결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45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본격화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접경지역인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이 탈레반에 무기와 전사를 공급하는 후방기지로 변하고 있다.

북서변경주의 주도인 페샤와르는 전쟁 전에도 탈레반의 무기 공급시장 역할을 해왔으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무기시장이 더 활기를 띠고 있다.

10일 오전 기자가 페샤와르 근교에 있는 ‘G.M.바달’이라는 이름의 무기공장을 방문하자 공장 관계자는 창고를 열어 보이며 “3개동 20여개 창고에 무기가 가득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일주일에 소총 20∼50정, 권총 120∼150정을 생산하며 탄약도 자체 제조하고 있다”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습 후 파키스탄 내 탈레반 지지자들의 구입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무기는 일본 무기잡지를 보고 모방해 만든다는 것.

국경 부근에는 사제 무기공장이 여러 곳 있으며 여기서 만들어진 무기 대부분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페샤와르에서 국경 쪽으로 20㎞쯤 떨어져있고 카이버 고개가 시작되기 직전에 있는 다라담켈 시장은 무기시장으로 이름난 곳. 소총이나 기관총류는 물론 휴대용 로켓포와 소형 미사일까지 판매된다고 한다. 주요고객은 무자헤딘(이슬람 전사). 외국인은 드나들지 못하고 현지 경찰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곳이다.

탈레반과 같은 파슈툰족의 과격파 모슬렘들은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 미국에 대항하는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국경으로 집결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택시운전을 하던 사히드(28)도 미국의 공습에 분노, 친구들과 함께 아프간으로 건너가 참전키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슬람 수호를 위한 지하드(성전)에 참여하는 것은 젊은이의 당연한 의무”라는 게 그의 참전 이유다.

종교지도자들은 젊은이들의 참전을 촉구하고 있다. 파키스탄 중부지방 파이살라바드의 종교지도자 사히브자다 타리크 마흐무드와 무프티 지아울 하크, 자히드 카스미 등은 9일 젊은이들에게 “탈레반을 철저히 지지할 것”과 “미국에 반대하는 성전에 참여할 것”을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반미 시위는 점차 과격해지고 있다. 미국의 공습이 계속된 9일 파키스탄 남서쪽의 군사도시 퀘타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들이 반미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난민 시위대는 경찰서와 상가에 불을 질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형제들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유대교와 기독교, 힌두교를 믿는 이교도들도 결코 평화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공습이 계속되면 우리 민병대원들이 신의 이름으로 이교도와 외국인들을 살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손을 가질 수도 있다.”

급진 이슬람정당 자미앗 울 이슬라미(JUI)의 페샤와르 지부장 몰라나 아타우르 라흐만은 9일 오후 시위에서 이 같은 경고를 보냈다.

라왈핀디와 페샤와르 등 시위대 연설에서는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을 직접 겨냥하는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나왔다.

“무샤라프 군사정권이 지속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에 문을 열어줬고 이슬람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성스러운 행동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무샤라프와 미국은 한 통속이다.”

한편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까지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내에는 모래주머니를 가득 실은 군용 트럭들이 어지럽게 돌아 다녔다.

미국 대사관으로 들어가는 외교단지 진입로를 시작으로 대통령궁과 의회, 외무부, 샤리프 전 총리 관저가 있는 중심가 수십 곳에 각각 모래주머니 100여개를 쌓은 사각형 벙커가 구축됐고 자동소총을 소지한 육군 제111연대 소속 군인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TV방송국과 일부 대사관이 있는 F10 간선도로변에도 일단의 무장병력이 진을 쳤다.

<페샤와르·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