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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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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의 변화〓엄청난 국난 앞에서 미국 전체가 애국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미국을 찬양하는 노래인 ‘갓 블레스 아메리카’와 ‘아메리카 더 뷰티플’은 TV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노래가 됐다. 재난구조의 주역인 소방관 경찰관 등이 영웅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군과 중앙정보국(CIA) 등에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
반면 스포츠 경기장 쇼핑센터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후속 테러에 대한 우려로 공항 역 등에 대한 경비와 검문 검색도 강화됐다.
대통령은 코미디물의 단골 소재였으나 이젠 정치를 소재로 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웃음이 크게 줄었고 자유분방한 팝 문화도 위축돼 있다.
▽경제 여파〓그렇지 않아도 침체 조짐을 보이던 경제는 테러로 인해 눈에 띄게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10조달러 규모인 미 경제는 올 하반기 1% 정도 성장할 것으로 당초 전망됐으나 테러로 인해 -1% 성장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올해 경제 손실은 최소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파산 위기에 몰린 항공사들은 8만명을 감원하고 신규 항공기 주문을 취소했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투숙률이 평소 90%에서 5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미 전역에서 매일 190만개의 호텔 객실이 남아돌고 있다.
TV 방송사들은 테러 발생 직후 광고 없이 특집방송을 실시하느라 매일 3500만∼4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은 데다 최근 공습취재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국제질서〓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지 여부가 체제와 이념에 따른 적과 동지의 구분을 대신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선 중립이 있을 수 없다며 모든 나라에 대해 확실히 줄을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미국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사상 유례없는 밀접한 유대구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위해 미국이 중동국가들에 접근하는 데 대해 이스라엘이 크게 반발함에 따라 미국의 중동정책도 기로에 서게 됐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중동국가들은 미국의 군사작전을 이슬람권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여서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