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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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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9일 그동안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대성공이었다면서 미 항공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활개치고 다녀도 탈레반군이 이를 저지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공습 첫날인 7일 이미 31개의 목표물 가운데 85%를 파괴했다”며 “7, 8일 이틀간의 공습으로 이미 탈레반의 방공망이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공항도 한곳을 남기곤 모두 파괴됐다. 미 항공기를 위협할 레이더망과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도 대부분 파괴됐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 때문에 미 전투기들이 9일 공습부터는 ‘새로운 먹잇감(emerging targets)’을 찾아 주간 출격까지 하고 있으며 그나마 적절한 목표물을 찾지 못해 탑재한 폭탄을 다 쓰지 못하고 귀환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인공위성 사진까지 공개하며 공습이 성공적임을 과시했다. 폭격 전후로 찍은 2장의 칸다하르 인근 공항 사진은 활주로가 폭격으로 벌집처럼 파괴됐음을 보여줬다. 아프가니스탄 서부의 신단드 공군기지와 가르마박 가르에 있는 알 카이다의 테러훈련기지가 파괴된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됐다.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가르마박 가르 테러기지 파괴는 미국에 비유하면 해병대의 군사훈련 중심지인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를 파괴한 것과 마찬가지의 성과라고 자랑했다.
구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 구축한 군사공항 중 두 번째로 큰 신단드 공군기지에서는 전투기 6대도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고 미국측은 밝혔다. 이와 별도로 착륙 중인 두 대의 전투기가 파괴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탈레반이 다수의 견착식 대공미사일인 스팅어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정권이 미 항공기가 활약하는 고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럼스펠드 장관은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칸다하르 저택에도 7일과 8일 두 차례 폭격이 가해졌다고 확인했다. 오마르는 7일 폭격 수분 전 몸을 피해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의 다음 목표는 탈레반 지상군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럼스펠드 장관은 탈레반과 북부동맹간 격전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 인근의 탈레반군 집결지를 이미 폭격했다고 밝혔다. 북부동맹은 탈레반 지상군에 대한 근접공습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미국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말로 지상군에 대한 직접 공습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럼스펠드 장관은 8일 카불 공습으로 유엔의 현지인 여직원 4명이 숨진 것은 미사일 오발로 인한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며 “이번 인명손실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측은 카불 시내 통신탑을 겨냥해 발사된 4기의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중 한 기가 목표를 벗어났다고 시인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