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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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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은 79년 이후 22년간에 걸친 전란과 지난 4년간 계속된 기근 등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이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2001 회계연도 중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으로부터 30만4010t의 식량을 지원받아 에티오피아(43만8400t) 북한(35만5t)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았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공격을 앞두고 인도적 지원을 강화한 것은 이번 공격이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 조직 알 카이다 및 탈레반 정권을 겨냥한 것이지 굶주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써 민심이 정권에 등을 돌리게 하는 효과까지 노린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공중 투하할 식량을 담은 플라스틱 포대에는 ‘이 음식은 미국의 선물’이라는 영문설명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미소짓는 사람의 사진이 실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포대에 하루치 쌀과 과일 등을 넣지만 이슬람인들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포함, 육류는 포함하지 않는 배려도 한다.
그러나 미국이 군용기를 동원, 엄청난 분량의 식량을 공중에서 투하하는 것은 그 자체가 군사행동으로 탈레반 정권의 공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크레이그 퀴글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식량 공중 투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이라며 “식량을 수송할 군용기는 미국 전투기의 호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이 때문에 국방부가 식량 공중투하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방공망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미국의 심리전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공중 투하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또 식량이 탈레반 정권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고 이를 필요로 하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정확히 투하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우리는 식량이 잘못된 쪽에 전달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음을 시사했다.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식량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군용이나 유엔차량이 아닌 민간 트럭을 이용해 구호식량을 수송하고, 배급지역도 탈레반 정권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북부지역에 국한할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