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0월 5일 00시 0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러시아 여객기의 추락이 테러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여객기 폭발 사고가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유럽 법무장관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오늘 민간 여객기가 폭발했으며 이번 사고의 원인은 테러 공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 보안부(FSB) 관계자도 “사고 원인은 기내에서 일어난 폭발이며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에프라임 스네 이스라엘 교통장관도 이번 사고를 테러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텔아비브발로 보도했다. 이스라엘 교통부 대변인은 “현재 우리는 (사고와 관련한) 정보를 모으고 있으며 테러를 포함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민영 NTV는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할 당시 인근을 비행중이던 아르메니아항공 소속 AN24 항공기 기장의 말을 인용해 “사고기가 폭발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사고기는 추락 직전 11㎞ 상공을 시속 850㎞ 속도로 비행중이었으며 이날 오후1시44분 관제탑 스크린에서 사라졌다고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설명했다. 사고기는 앞서 오후 1시30분 러시아 관제지역에 진입했다고 비상대책부는 덧붙였다. 이스라엘 공항 관리들은 이 여객기가 이날 오전 9시58분 텔아비브 공항을 이륙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르메니아 관리들로부터 사고기의 공중폭발 소식을 처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 루펠 러시아 교통부 차관은 “사고기 근처를 운항하던 아르메니아 항공 AN24의 승무원들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온돈 조종관제소에 사고기가 추락 전 공중 폭발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루펠 차관은 “공중 폭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지 못하지만 추락 전에 폭발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목격한 아르메니아 항공기의 개리크 오바니시안 조종사는 “흑해 6300m 상공을 날고 있을 때 바로 위쪽 1만1000m 상공에서 운항중이던 비행기가 폭발해 바다로 추락했으며 추락 후 다시 한번 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아 비행기는 우크라이나 심페로폴을 출발해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으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 여객기의 탑승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에 대해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 여객기에 승객 66명과 승무원 11명 등 77명이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으나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칼 루펠 러시아 교통부 차관의 말을 인용해 승무원 12명을 포함해 64명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텔아비브 출발 당시 승객 66명 등 78명이 타고 있었으며 불가리아 부르가스에서 15명을 추가로 태웠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민영 NTV는 사고 여객기의 탑승객 모두가 이스라엘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에프라임 스네 이스라엘 교통장관은 일부 승객이 이스라엘인이라고 상반되게 말했다. 텔아비브 공항 당국은 아직 탑승객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승객 대부분이 이스라엘인이지만 러시아-이스라엘간 교통안전 문제를 협의하고 돌아오던 러시아 고위 관리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항공관리소의 시니 시프 수석 대변인은 승객 대부분이 최근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한 러시아 이민자들이라고 밝혔다.
○…사고기가 불가리아 부르가스에 중간 기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의 국제선 운항 사고를 총괄하는 대륙간항공위원회(IAC)의 관리 블라디미르 코프만은 “폭발한 여객기가 텔아비브를 출발해 중간기착지인 불가리아의 부르가스에서 승객들을 더 태운 뒤 러시아로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가리아 조종관제소장 지브코 체리아츠코프는 “텔아비브를 출발한 사고기는 터키 영공을 통과했다”면서 “불가리아에서 중간 기착했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은 “사고기가 불가리아에서 기착해 6명의 승객을 더 태우고 러시아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4일 러시아 항공기의 폭발 후 추락 사고를 속보로 전하면서 이 사고가 테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특히 관심을 나타냈다. CNN 방송은 이 사고가 테러인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러시아가 미국이 추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음을 지적, 테러리스트들이 이에 대해 보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NBC 방송 등도 러시아측이 사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며 공중폭발에 비춰볼 때 테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또 사고 비행기의 탑승객들이 대부분 이스라엘인이었다고 보도하면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의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 국무부 등은 이에 대해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
<정미경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