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 우즈베크-중동3國 순방 공조협의

  • 입력 2001년 10월 3일 19시 01분


미국은 지난달 11일 테러 발생 이후 3주일에 걸쳐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단계적으로 군사력을 집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포문을 열 태세를 거의 갖췄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장관은 1일 “전쟁 준비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3일부터 사우디 아라비아, 오만, 이집트 등 중동 3국과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순방에 나섰다. 럼스펠드 장관은 방문국 지도자들에게 오사마 빈 라덴이 9월11일 테러에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응징차원에서 단행되는 것일 뿐 이슬람 국가와 신도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미 미국이 제시한 증거에 따라 빈 라덴이 테러에 관련돼 있음을 확신하고 집단 안보권을 발동했기 때문에 럼스펠드 장관은 어렵지 않게 순방국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방국 가운데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이미 미국에 대해 자국 내 기지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에 군사적 공조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럼스펠드 장관의 순방은 우호국들과 정보를 공유,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 대신에 럼스펠드 장관에게 순방을 지시한 것은 그가 더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인근에 모두 3만명의 육해공군 병력과 300대 이상의 군용기 등을 집결시켰다. 특히 인도양의 영국령 가르시아에는 크루즈 미사일을 적재한 B52와 900㎏짜리 위성 유도 폭탄 24개를 운반할 수 있는 B1 장거리 전폭기 50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뉴욕타임스지는 2일 일본 요코스카 항에 있던 항공모함 키티호크호가 전날 아라비아 해를 향해 출항했으며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는 10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키티호크호는 특수부대와 지상군을 위한 해상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사세보항에 정박돼 있던 핵잠수함 브레머튼호도 같은 날 걸프지역을 향해 출항했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엔터프라이즈 전단이 배치돼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지중해로 이동 중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도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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