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구호식량 탈취 성전대비…對美 중재협상도 병행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42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국제 구호단체가 비축하고 있는 식량을 탈취하고 국민에게 미국과의 싸움을 위한 성전(聖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전투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탈레반 민병대는 24일 세계식량계획(WFP)이 관리하고 있는 식량 창고 1개소를 장악했다고 WFP 관계자가 전했다. 이 창고에는 WFP가 아프가니스탄 남부 주민에게 3주 동안 배급할 예정이던 식량 약 1400t이 비축돼 있다.

파키스탄의 더 뉴스지는 25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민간회사들과 200만t의 식량구입 계약을 체결했으나 시장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식량을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계약이 파기돼 아프가니스탄이 올해 들어 사실상 식량을 수입하지 못했다며 탈레반이 곧 식량 고갈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탈레반 정권은 22일부터 아프가니스탄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 기구들의 대외 통신망을 봉쇄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탈레반측의 통신망 봉쇄로 아프가니스탄 주재 직원 70여명과 사흘째 연락이 두절됐다며 이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유니세프는 이날 독일 쾰른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직원들과의 연락이 두절되기 직전 탈레반측은 자국내 유니세프 사무소의 전화, 컴퓨터, 통신시설의 사용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은 유엔과 이슬람회의기구 등 국제기구를 통해 미국에 반전(反戰) 압력을 행사하려는 외교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와킬 아메드 무타와켈 탈레반 외무장관은 24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를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물라 오바이둘라 아크훈드 탈레반 국방장관은 24일 “30만명의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 국경과 주요 지역을 지키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성전을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는 탈레반 민병대와 반(反) 탈레반 연합세력인 북부동맹과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라시드 도스탐 장군이 이끌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계 반(反) 탈레반 민병대는 24일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탈레반 병사 80여명을 사살하고 200여명을 생포했다고 도스탐 장군의 측근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의 군벌인 도스탐 장군은 1996년 탈레반 세력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북부 지역으로 밀려나 북부동맹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

<두샨베〓김기현특파원·AFP연합>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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