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도자들 핵전쟁시나리오 따라 움직였다

  • 입력 2001년 9월 14일 15시 57분


11일 오전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여객기를 이용한 자살비행테러가 발생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비상시 미국을 움직여야 할 주요 인물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영국 더 타임스지는 당시 이들이 냉전시절 구 소련이 미국을 상대로 핵공격을 펼쳤을 경우에 대비해 짜놓은 핵전쟁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다고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가 조금 못돼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한 초등학교로 가는 차량 안에서 무역센터에 대한 첫 번째 테러 소식을, 오전 9시 5분경 학교에 도착한 뒤 두 번째 테러 소식을 들었다.

그는 연설을 마친 뒤 곧바로 사라소타의 브래든턴 국제공항으로 향해 대기중이던 대통령 전용기 보잉 747 미공군 1호기에 올랐다. 전용기는 F15와 F16 전투기들의 엄호를 받으며 4만피트 이상의 고도를 유지한 채 2시간 동안 비행했다.

전용기는 대서양 상공에서 동쪽을 향해 지그재그로 비행했으며 이후 북쪽으로 기수를 돌렸다가 다시 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루이지애나주 스레브포트 인근의 미 제8공군 본부가 있는 박스데일 공군기지로 향했다.

이와 관련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불규칙한 비행경로는 대통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속임수"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곳에서 언론에 2분짜리 연설을 한 뒤 다시 전용기에 올랐다. 전용기는 얼마동안 비행한 뒤 미국 핵군사력의 지휘소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오퍼트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그는 이 곳에서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과 화상회의를 열고 전쟁상황보다 두 단계 낮은 데프콘3(Defcon3) 비상경계태세를 군에 지시했다.

이 때 체니 부통령과 라이스 보좌관은 백악관 지하의 지휘소에, 럼스펠드 장관은 테러 공격을 받아 일부가 부서진 워싱턴 국방부 내의 지휘소에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빨리 워싱턴으로 돌아가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전용기에 올라 오후 7시 백악관에 도착해 오후 8시 30분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다.

한편 영부인 로라 여사는 테러 발생 직후 경호요원들에 의해 승용차 편으로 보좌관 몇명과 함께 백악관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비밀 장소로 옮겨졌다. 예일대에 다니는 딸 바버라 부시(19)와 텍사스대에 다니는 쌍둥이 동생 제나도 안전한 장소로 옮겨졌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은 헬기로 워싱턴에서 서쪽으로 120㎞ 떨어진 산속의 핵전쟁 대비 벙커로 이동했으며 상원의원들과 하원의원들은 의사당경찰 본부에 집결했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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