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광우병 감염의혹 소발견 “남의 일인줄 알았는데…”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39분


‘광우병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일본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소가 발견되면서 일본의 낙농업계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는 커다란 충격 속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감염 경로 조사〓다케베 쓰토무(武部勤) 농림수산상은 11일 “수입한 육골분(肉骨粉)사료를 통해 광우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사료의 수입과 유통 경로를 규명중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젖소는 3년 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사들인 당시 2년생 소로 홋카이도에서 사육될 당시 사료로 쓴 육골분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96년 4월 이후 육골분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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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에 수입한 것은 20만t 정도이며 이 중 유럽산은 100t에 불과하다. 그러나 육골분은 가축사료뿐만 아니라 비료, 애완동물 사료 등으로 쓰여 정확한 유통경로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성은 이날 오후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소의 조직을 영국에 보내 검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쇠고기와 우유 제품은 아직 안전하며 사람에게 감염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바(千葉)현도 이날 긴급회의체를 구성하고 낙농업계 대표를 소집해 방역대책회의를 열어 현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광우병이 집단 발생할 경우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도 있어 사태 진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불안감 확산〓광우병 감염 의혹이 있는 소가 발견된 지바현 시로이(白井)시청에는 11일 “어느 목장이냐”고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다이에, 이토요카도, 생활협동조합 등 대형유통업체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현재 취급중인 육류의 생산지와 유통로를 조사했으며 지바산 고기는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식품가게는 판매중인 고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일본소비자연맹과 전국소비자단체연락회는 “관련 정보를 철저히 공개하도록 농림수산성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쇠고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의 주가는 이날 일제히 조금씩 떨어졌다.

비육우 사육업자들은 “광우병은 다른 나라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놀랐다”면서 지난해 3월에 발생한 구제역 파문에 이어 쇠고기 소비를 줄여 출하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조사 거부〓일본은 6월경 EU가 일본에 대해 광우병 위험도를 조사하려 하자 이를 중지시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수산성의 나가무라 다케미(永村武美) 축산부장은 “당시 일본에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EU가 독자적인 기준을 적용해 광우병 발생 위험성이 높은 나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조사를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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