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이번엔 외교관 강제출국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43분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과격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이 다시 국제 사회의 비판대에 올랐다.

탈레반은 이달 초 국제구호단체 소속 외국인들을 ‘기독교 전도 활동’을 이유로 구금했으며 이들과 면담하러 입국한 미국 독일 호주 등 3개국 외교관을 21일 사실상 쫓아냈다.

구금된 외국인은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셸터 나우 인터내셔널(SNI)’ 소속으로 미국인과 호주인 각 2명과 독일인 4명 등 8명이다. 아프가니스탄 국영 라디오는 이들이 3일 수도 카불의 한 가정에서 컴퓨터로 기독교 관련 비디오를 보여주는 등 선교 활동을 하다 체포됐다고 전했다.

미국 독일 호주의 외교관들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입국하려 하자 탈레반은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자 1주일 체류 비자를 발급해 주었고 이들은 14일 입국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런저런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고 비자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21일 출국시켰다. 12일 프랜시스 벤드럴 유엔 특사가 카불을 방문해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허사였다.

탈레반 정권은 “이들이 기독교도로 개종시킨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확인돼야 출국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체포된 16명의 현지인 구호단체 요원은 선교 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탈레반 정권은 최근 외국인이 음주, 돼지고기 섭취, 이성과의 접촉 등 이슬람 율법을 어기면 추방 혹은 3일 내지 한달간 구금한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선교 활동시 처벌 조항은 확실하지 않다. 아킬 아메드 무타와킬 외무장관은 “기독교 선교와 관련한 조사를 다른 국제기구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이 이슬람 율법을 멋대로 해석해 인류의 문화 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폭파하고 국제구호단체 활동마저 막는 등 강경책을 펴는 것은 외교적으로 고립될수록 이슬람원리주의에 입각한 독재 권력 기반은 튼튼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국제 사회에서 탈레반정권을 인정한 나라는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3개국에 불과하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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