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야스쿠니신사 합사중지 요구 이희자씨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9분


“불상사가 걱정된다면 우익들부터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

“조센진은 돌아가라.”

14일 오후 2시경 일본 도쿄(東京) 야스쿠니(靖國)신사 정문 앞. 경찰을 사이에 두고 수십 명의 시민단체 회원과 군복 차림의 우익 인사들이 대치했다.

이날 양측이 충돌한 것은 한국에서 온 이희자(李熙子·58)씨 때문. 이씨는 이날 신사에 합사된 아버지 이사현(李思炫)씨의 이름을 명부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신사를 찾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군속으로 징용돼 1944년 중국에서 숨졌다.

이씨는 최근에야 아버지가 신사에 합사된 것을 알았다. 그는 6월29일 252명의 유가족 등이 도쿄지법에 ‘합사 중지 등 청구소송’을 낸 원고 중 한 명이다.

이씨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우익 인사들은 정문을 막아섰고, 이씨를 돕고 있는 일본의 ‘재한 군인 군속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회원들은 비키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대치 상황은 40분간 계속됐다.

이씨는 “나는 잘못한 일이 없으니 떳떳하게 정문으로 들어가겠다”고 버텼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를 설득해 결국 신사 사무소 옆 출입구로 안내했다.

30여분간 신사측 관계자와 만나고 나온 이씨는 “조센진은 돌아가라고 하면서 왜 멋대로 합사를 했느냐고 따졌다”며 “신사측은 합사 중지 요구를 거부했지만 정당한 요구이므로 언젠가는 실현될 것으로 믿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를 살려내라는 것이 아니라 명부에서만 빼달라는 것이므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아버지의 영령도 이곳에 있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사측에서 아버지의 영령에 참배를 권유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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