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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31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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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일간 현안은 모두 일본측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쿠릴열도의 꽁치잡이 문제는 일본이 한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어업협정에 대해 뒤늦게 자국이 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을 이유로 발목을 잡고 있는상황이다. 교과서 문제는 일본이 한국의 과거사에 대한 뿌리깊은 감정을 과소평가해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 참배는 고이즈미 총리가 ‘소신’을 내세워 주변국을 불쾌하게 하는 사안.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외교에 대해 별다른 비전과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아 이들 현안들이 계속 꼬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이즈미 총리가 아시아를 경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까지 나올 정도.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 및 중국과의 우호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을 하기는 했으나 행동은 그렇지 않다. 72년 정치를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총리 취임 이후에도 한국 방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일 양국 정상은 격년으로 상대국을 공식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해 6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9월 다시 일본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와 회담을 가진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는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차례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한국 방문은 일본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는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외상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간사장,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아사히 마이니치 등 일본의 유력 신문들도참배 단념을 촉구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30일 “숙고해서 판단하겠다”고 약간 유화적인 발언을 했지만 단념을 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참배를 공언해 왔기 때문에 참배를 안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총리 측근들은 △8월15일을 피해서 참배하거나 △사적으로 참배하되 참배후 담화를 발표하는 등 ‘물타기’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쓴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강성 인사들은 그런 방안마저도 반대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