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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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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미사일방어(MD) 체제, 유엔기후협약, 반덤핑 관세 정책 및 외교 환경 경제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독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왕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일본 등이 최근 미국을 배제한 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의 이행 협정을 타결한 데 이어 24일 EU와 브라질 태국 한국 등 9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반덤핑 관세정책을 제소키로 결정하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EU 등 9개국은 이날 WTO의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미국 세관이 반덤핑 관세 부과금을 자국 내 제소(提訴) 기업들에 재분배하도록 규정한 ‘버드 수정안’은 국제무역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며 제소키로 하는 한편 분쟁패널 설치를 요구했다.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홍콩이 9개국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고 멕시코 캐나다는 별도로 분쟁패널 설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14개국이 이 문제에 동참하는 셈이 됐다. WTO 역사상 9개국이 공동 제소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태국의 한 관계자는 “이는 버드 수정안이 폐지돼야 한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미국에 전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본에서 개최 중인 유엔기후협약 당사국회의가 23일 미국을 빼놓고 교토의정서의 이행 협정에 전격 합의한 것도 국제사회가 똘똘 뭉쳐 미국에 대항하고 있는 경우. 이 회의에 참석한 170여개국은 부시 대통령의 불참 선언으로 용도폐기될 뻔했던 교토의정서를 극적으로 살려냈다.
이들 국가는 지구촌의 환경보호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기고만장했던 미국의 콧대를 꺾은 것. 기후협약 회원국들이 예상대로 비준을 마칠 경우 교토의정서는 내년 중에 발효될 전망이어서 미국은 매우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독선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5월 유엔인권위 회원국들이 미국을 54년 만에 이사국에서 ‘축출’하는 반란을 일으키면서 가시화됐다. 당시 유럽 언론들은 “미국의 탈락은 인권위 회원국들이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MD추진과 교토의정서 거부 등 오만한 태도에 반기를 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미국은 유엔 산하 국제마약통제위원회 부위원장 선거에서도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모두 EU와 개발도상국들이 힘을 합친 결과였다.
이처럼 미국을 왕따로 몰고 있는 부시 공화당 정권의 독선은 어디서 나온 걸까. 일본 아사히신문은 25일 부시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부정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이데올로기 대립이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은 경제부흥과 구소련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대외정책에서 협조를 해 왔으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양당의 협조 관계가 무너졌다는 것. 그 결과 미국의 상하원도 독자적 행동을 강조하는 공화당과 국제적 약속을 중시하는 민주당이 대립하는 구도로 바뀌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종훈기자·도쿄〓심규선특파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