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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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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30도를 훨씬 넘는 찜통 더위 속에서 많은 사람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자민당 사토 다이조(佐藤泰三) 참의원 의원의 지원유세를 하기 위해 고이즈미 총리가 오기 때문.
오후 1시 사토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찬조연사들의 연설이 시작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을 지원하려면 자민당 사토 후보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지원을 당부했다.
오후 1시20분경 사회자가 등장해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2시경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군중 사이에서 “에이∼”하는 실망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이즈미 총리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상당수가 자리를 떴다.
오후 1시50분경 후보자인 사토 참의원의 정견발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조금 지나 “와∼” 하는 함성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고이즈미 총리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는 손을 흔들며 선전차량 위에 올랐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인기 연예인이 등장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는 곧바로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했다. “내가 자민당 총재선거에 나섰을 때 ‘고이즈미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고이즈미가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고이즈미가 정치판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의 표현이 아니겠느냐.”
고이즈미 총리는 “만약 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다음 중의원선거 때 자민당에 철퇴를 내려달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가 확신에 찬 모습으로 발언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땀을 씻어내면서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날 청중은 1만2000여명. 3년 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가 지원유세를 했을 때의 3배 규모였다. 자민당 관계자들은 “젊은이와 여성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토 후보의 선거사무실에는 고이즈미 총리 사진 포스터만 붙어 있었을 뿐 사토 후보의 포스터는 한 장도 없었다.
자민당 관계자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지원유세는 득표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긴장하고 있다.
3년전 참의원선거 때 참패했기 때문. 자민당 사이타마현 선거대책본부장인 마스다 도시오(增田敏男) 중의원 의원은 “만약 개혁이 좌절될 경우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미야역 앞에서 20여분간 열변을 토한 고이즈미 총리는 곧바로 신칸센을 타고 나가노(長野)현 나가노시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1만5000여명의 청중은 그의 연설에 열광했다. 그는 이날 같은 현의 마쓰모토(松本)시에서 한차례 더 연설했다.
<사이타마〓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