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출신 전범 밀로셰비치, 첫 심리 15분만에 끝

  • 입력 2001년 7월 3일 23시 26분


반인륜범죄 혐의로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3일 오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의 국제전범재판소(ICTY) 법정에 출두했다.

밀로셰비치 전대통령은 처음 열린 예비심리에서 “ICTY는 불법이며 (나에 대한) 기소 역시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따라서 변호인을 지명할 필요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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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셰비치는 리처드 메이 주심판사가 “기소혐의를 듣기를 원하는가”라고 묻자 냉소적인 표정과 말투로 “그것은 당신의 문제”라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밀로셰비치는 이어 당초 계획했던 이번 재판의 불법성 등을 내용으로 한 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메이 주심판사의 발언중단 조치로 거부됐으며 첫 심리는 15분 만에 끝났다. 두 번째 심리는 8월 마지막주에 재개될 전망이다.

앞서 밀로셰비치와 만난 첸코 토마노비치 변호사는 면담 후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변호인단을 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재판은 전직 국가원수의 반인륜범죄를 유엔 차원에서 응징한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나 밀로셰비치의 ‘재판 불인정’ 전략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밀로셰비치의 재판 전략과 구명 운동은 부인 미라 마르코비치가 주도하고 있다. 마르코비치는 이번 재판을 법리다툼보다는 정치적 공방으로 이끌고 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밀로셰비치측은 구 유고 연방의 분리 과정 등에 개입한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사이러스 밴스 전 미국국무장관 등을 증인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워싱턴 타임스지가 2일 보도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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