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마닐라시 외곽의 자택에서 아들 호세 징고이와 함께 체포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마닐라 북부의 경찰 본부로 호송돼 지문 날인과 사진촬영 등의 절차를 밟은 뒤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본부 내 특수구치소로 옮겨졌다.
호세 리나 내무장관은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에어컨과 욕실 침대 책상 등이 구비된 5.8평 정도의 독방에 있다”면서 “가족과 친구들의 면회는 매일 가능하고 음식도 원하는 대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수감된 경찰 본부 밖에서는 8000여명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날 수감된 뒤 TV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나에 대한 혐의는 조작됐다”며 “결국에는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경찰의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체포 작전은 이날 오후 반부패법원의 프란시스 가르치토레나 판사로부터 체포 영장이 떨어지자 개시됐다. 2000여명의 경찰과 해병대로 구성된 체포대는 치밀한 각본에 따라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향했다.
3대의 헬리콥터와 저격수들이 감시하는 가운데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체포대가 자택으로 접근했을 때 집을 둘러싼 수백명의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격렬한 저항을 받았다. 경찰이 ‘인간방패’를 친 지지자들을 물대포와 곤봉으로 해산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4일 대통령 재직시 정치헌금과 뇌물로 8200만달러(약 1066억원)를 착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는 가명으로 비밀 은행계좌에 맡겨둔 6000만달러와 불법 도박업자로부터 받은 뇌물 1090만달러, 정부 연금을 사용한 주식 판매 수수료 378만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이밖에 공금 남용, 불법도박, 폭력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공금횡령 혐의는 그에게 적용된 8가지 혐의 가운데 가장 무거운 죄목으로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
앞서 반부패법원은 16일 그에 대해 위증 및 독직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해 체포됐으나 그는 4만페소(약 8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곧바로 풀려났다.
<홍성철·이종훈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