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파스테르나크 유품싸움 끝 안보인다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48분


파스테르나크(오른쪽)와 애인 이빈스카야
파스테르나크(오른쪽)와 애인 이빈스카야
반체제 활동과 여성편력 등 파란만장한 생을 살다간 러시아의 문호(文豪)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유품(遺品)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 모스크바 시법원은 파스테르나크의 유품이 며느리인 나탈리와 손녀 옐레나 등 유족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파스테르나크의 애인이었던 올가 이빈스카야(95년 사망)의 아들인 드미트리 비노그라도프측은 판결에 불복, 항소하겠다고 밝혀 9년 동안 이어진 법정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

당연히 유족에게 돌아가야 할 유품의 소유권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이빈스카야가 파스테르나크의 생애와 문학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 이빈스카야는 14년 동안 파스테르나크와 동거하며 온갖 고난을 같이했다. 파스테르나크가 그녀를 자신의 ‘수호천사’이며 문학적 영감을 주는 여신인 ‘뮤즈’라고 불렀을 정도.

파스테르나크가 죽자 비밀경찰인 KGB는 그의 모든 유품을 압수했고 이빈스카야를 구속했다. 파스테르나크의 대표작인 ‘닥터 지바고’의 원고를 몰래 서방으로 반출해 출판한 혐의였다. 공산체제가 끝난 92년 이빈스카야는 유품 반환 소송을 내 승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족들이 소유권을 주장해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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